세미나 주제: 인도-태평양 지역의 부상과 호주의 외교 전략
일시: 2019년 5월 18일 19:30 ~ 21:30
발표자: 신승휴 (호주국립대학교 국제안보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외교학 석사과정)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는 국제체제의 권력구조에 빠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미중간 대립과 경쟁이 일어나는 주 무대라 할 수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세력 팽창에 나서고 이에 맞서 미국 역시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워 중국 봉쇄에 열을 올리면서 패권경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이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자국의 이해관계와 전략에 맞춰 ‘인도-태평양’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지정학적-탈지정학적 공간으로서 인도-태평양 지역(이하 인태지역)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태지역의 개념과 범위 설정에 있어서 아직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가들이 일치된 시각과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최근 호주가 새로운 국방백서와 외교백서 그리고 국가 사이버안보전략 발표를 통해 자국의 이해관계를 ‘인도-태평양 지역의 규칙기반 질서 유지’로 규정하고 발 빠르게 인태지역 개념을 선전하고 나섰다. 혹자는 호주의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의 팽창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대한 호주의 참여라고 보는 반면, 또 다른 이들은 인태지역 개념을 바라보고 정의하는 방식에 있어 호주와 미국 (그리고 나머지 역내 국가들) 간 차이가 분명하므로 단순한 중국 봉쇄 전략의 일부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 <인도-태평양 지역의 부상과 호주의 외교 전략> 세미나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부상에 대한 호주를 비롯한 역내 주요국들의 인식과 이해관계를 살펴보고, 앞으로 호주가 자국의 안보와 번영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 또는 변화된 – 지역 구조 내에서 어떤 전략을 전개해나가야 할지 함께 논의해보는 데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필독 자료:
Medcalf, Rory. 2014. “In defence of the Indo-Pacific: Australia’s new strategic map.” Australian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68(4), pp.470-483.
Dibb, Paul. 2018. “Why Australia needs a radically new defence.” The Centre of Gravity, 44. Canberra: ANU Strategic and Defence Studies Centre.
참고 자료:
White, Hugh. 2017. Without America: Australia in the New Asia. Quarterly Essay 68.
요약:
Medcalf, Rory. 2014. In defence of the Indo-Pacific: Australia’s new strategic map.
□ 인도-태평양 지역: 지정학적 의미에선 남-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해양 지역으로서 중국과 인도의 경제적-전략적 부상에서 비롯된 개념. 인도양과 태평양 지역이 결합되면서 미국, 중국, 인도 등 핵심 강대국들의 경제적, 외교적, 전략적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새로운 전략 체제(strategic system)의 등장.
□ 전략 체제(system)란: 일련의 지정학적 관계들로 이루어진 복합체로서 해당 복합체 내 한 부분(즉, 특정 행위자간 지정학적 관계)의 변화가 다른 나머지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때 전략 체제로 볼 수 있음.
□ 인도-태평양 개념은 단순히 아시아-태평양 개념의 새로운 이름이 아니며, 아시아의 중심성을 버린 개념도 아님. 아시아는 여전히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에서 중심에 자리하며, 따라서 인도-태평양 지역은 정확히 말해 ‘인도-태평양 아시아’ 지역으로 볼 수 있음. 물론 인태 지역 내에는 여러 소구역(subregions)이 존재하며 각 소구역에서 벌어지는 안보 이슈들은 해당 지역에 국한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엔 소구역에서의 이벤트가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아시아 체제’ 내에서 지역적-국제적 영향력을 미침 (예: 미중 관계가 인도-파키스탄 관계의 향방에 미치는 영향력 등).
□ 호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도-태평양 지역:
- 아시아 지역 내 국가 중 가장 처음으로 국방백서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을 공식적으로 언급함.
- 2009년 호주 국방백서에서 이미 언급된 ‘확장된 아시아-태평양 지역(a wider Asia-Pacific)’과 관련.
- (2013 호주 국방백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양쪽에 존재하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지역 개념. 인도의 전략-외교-경제적 부상에 따른 인도양의 중요성 증대의 결과.
- (인도양 & 태평양)과 아시아를 포함하는 지역으로서, 아시아 주요국가들의 에너지 수입로가 포함된 곳이며 이들 국가와 호주의 무역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으로 호주의 핵심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곳.
- 특히 호주와 인도 간 경제-안보-사회 관계가 깊어져 가는 시점에 인도-태평양 지역은 호주에겐 득이 되는 지역 개념임.
- 가장 중요하게는,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에서 호주는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닌 필수불가결한 부분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됨.
□ 다른 역내 국가들의 관점:
- 인도: 2012년 말부터 일본 및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 설정 과정에서 인도-태평양 용어 도입에 대한 담론이 형성.
- 일본: 2007년 아베 정권이 인도양과 태평양에 걸친 일본의 이해관계를 강조해왔고, 최근엔 공식적으로 용어 사용.
- 인도네시아: 마틴 나탈리가와 외교장관이 ‘인도-태평양 조약’ 수립 계획을 시작하면서부터 해당 용어 사용.
- 미국: 2010년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이 아시아 회귀를 강조하며 처음 사용. 아시아 재균형과 더불어 미국-인도, 미국-호주 전략적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사용. 이후 줄곧 사용.
- 중국: 인도-태평양 개념 및 용어에 여러 의견이 존재하지만, 해당 지역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에 대한 거부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
□ 호주의 인도-태평양 전략
- 전략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정학적 범위는 확장된 데에 반해 국방비는 감소함.
- 국방비를 증가하지 않으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범위의 안보적 이해관계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
- 2014년에 확장된 해양 지역 감시를 위한 공군력을 도입함 (트리톤 드론 & P-8 포세이돈 대잠초계기 도입)
- 2013 국방백서에서 ‘안정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호주 핵심 이익으로 설정하면서도, 인태 지역,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군사 사태에 대한 대응책 수립의 중요성 역시 강조.
- 2013 국방백서에서 호주 대륙 북서지역(인도양)에 대한 공국 기지 및 해양 감시력 강화를 계획. 미군과의 연계 가능성. 미 해군의 서호주 지역 활동 증가에 대한 논의 역시 진행.
- 외교적 차원에서는 호주-인도, 호주-인도네시아 관계 강화를 위해 인태 지역적 사고와 시각이 유용할 것.
- 호주의 ‘인도-태평양’ 시각과 사고 그리고 전략이 미국 주도적 반중국 정책의 한 부분으로 여겨질 것이라는 우려는 잘못된 것: 호주의 인태전략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는 다름. ①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대중 균형과 관계 형성을 위함이지 봉쇄가 아님. ② 인태 지역 개념을 환영하는 국가 중 미 동맹국이 아닌 국가 역시 존재함 (인도네시아). ③ 호주의 지역 외교의 복잡성이 간과된 시각. 호주의 지역 외교에는 중국과의 관계, 미호동맹,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관계가 포함되어 있음.
- 호주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호 동맹과 더불어 중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를 통해 지역의 선택적, 기능적 안보 다자체제 내 허브 위치를 장악할 수 있음.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역내 국가들과의 군사-안보 교류를 증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에 파트너 국가들이 얼마만큼의 역량, 이해관계,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함.
Dibb, Paul. 2018. Why Australia needs a radically new defence.
□ 호주의 안보 환경 변화: 미국이 국제질서의 안정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 중국과 무역전쟁을 감행하며, 러시아를 잠재적 적으로 보는 나토와도 거리를 두면서 미-유럽 동맹의 결속력마저 와해하고 있는 상황.
□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력이 증대하고 반서구적 외교 행보 역시 증가. 특히 중국은 아시아에서의 미국 주도 동맹 체제의 약화를 기대하고 지역 패권을 추구.
□ 1945년 이후로 지금까지 호주 외교정책은 미호동맹(ANZUS Alliance), 지역(아태지역), 규칙기반 질서라는 세 가지 요소에 초점을 맞춰옴. 그러나 현재 이러한 세 가지 요소와 관련된 영역에서 미국과 호주의 이해관계가 달라짐.
□ 2016년 호주 국방백서의 강조점: 호주의 핵심이익은 규칙기반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의 유지.
□ 무력충돌 없이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도력이 어디에서 올 것인가를 답하기 어려운 상황.
□ 정책 제안: 더 자주적인 국방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음
- 중국의 세력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호주는 좀 더 주변 지역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에 집중해야 함. 동남아, 남중국해, 동인도양, 남태평양 등 지역에서 호주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집중해야 함.
- 자주적 국방력을 증강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미국의 군사력 (무기, 정보력) 등에 대한 접근 역시 유지해야 함. 미래에도 호주 안보는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
- 중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대중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함. 역내 다른 무역 상대들과의 경제 교류를 높임으로써 대중 경제 의존도를 조정해야 함.
- 미중간 무력충돌이라는 비상사태 발생 시 필요하게 될 장기적 대응 계획을 구축해야 함.
- 미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현 미호 동맹에 대한 핵심 가정(동맹국 각자의 이해관계와 위험 계산 등에 관한 가정)을 재검토해야 함. 즉, 동맹의 맥락에서 미국이 호주와 같은 이해관계와 위협인식을 가지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음.
- 미호동맹은 미래 아태지역 질서가 새롭게 구축되는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 이는 미국과 호주가 중국의 의도와 행동을 어느 선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 상호 합의점을 찾는가에 달려 있으며, 그러한 합의된 의지가 동맹을 통해 분명히 전달됨으로써 중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의 외교를 일정 부분 제한하고 유도할 수 있음.
- 2차 대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호주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강대국이 등장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함.
토론 주제:
- 호주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미국의 인태 전략 또는 일본의 인태 구상과 어떤 점에서 차이를 갖는가?
- 호주가 자국의 외교 정책 기조를 ‘인도-태평양 지역 규칙기반 질서 보호’로 규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 호주의 인태 전략에서 ANZUS 동맹(미호 군사동맹)이 갖는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
ⓒ Image: Hugh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