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on Voice] 소수민족, 중국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되나

Siwon Kwak
Bachelor of International Security Studies,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23 February 2015

얼마 전 KBS에서 중국을 다룬 다큐멘터리 ‘슈퍼 차이나’를 시청했다. 총 7부작으로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는 경제, 문화,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해나가는 중국의 현재와 미래의 전망을 다루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내내 필자는 중국이 너무 과하게 미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물론 중국은 명실상부한 강대국이며 2020년에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소수민족에 대해서 한번 다뤄보려고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중국은 총 56개의 민족으로 구성되며 이중 인구수가 가장 많은 한족은 전체인구의 약 92%를 차지하고 나머지 8%를 55개의 소수민족이 나눠 가지고 있다. 비록 중국 정부는 중국이 다민족 국가임을 항상 강조하고 있지만, 한족이 차지하는 비율이 워낙 독보적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족국가라 해도 무방하다. 역사적으로도 중국은 역대 왕조들을 크게 한족국가(汉族王朝) 아니면 비한족국가(非汉王朝)로 구분하고 있으니 한족은 중국을 상징하는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위 내용을 보고 혹자는 그럼 애초부터 한족만을 위한 중국을 건설하지 왜 굳이 소수민족을 포함했냐고 질문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소수민족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8%밖에 안되지만 거주하는 영토의 면적은 전체 국토의 약 64%이다. 중국 정부는 바로 이 영토를 포함함으로써 지난 한 세기 동안 외세에 의한 굴욕을 씻어내고 과거 드넓은 중원을 호령했던 제국의 기상을 다시 세우려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경제적 문제인데 주요 소수민족 거주지에는 지하자원이 대량으로 매장되어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같은 경우에는 중국 전체 석유의 30%, 천연가스의 34% 그리고 석탄의 40%가 매장되어있으며 티베트 자치구에는 핵무기의 주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포함한 약 130개의 광물을 채굴할 수 있다. 한 나라 경제발전의 필수요소가 되는 대량의 지하자원이 있으니 중국이 소수민족과 이들의 영토를 편입시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중국은 1949년 건국을 선포한 이래 한족을 중심으로 나라의 기틀을 다져나갔고 이 과정에서 소수민족의 전통문화를 자신들의 문화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는 당연히 소수민족들이 정부에 대한 반감을 보이는 주요 원인이 되었는데, 소수민족 대부분의 문화는 한족의 문화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와 역사적 이유가 갈등의 주원인이 되었다. 회족과 위구르족은 오래전부터 이슬람교의 영향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집단을 형성하였다. 이슬람교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살라트인데 신자들이 하루에 의무적으로 행하는 다섯 번의 예배를 가리킨다. 살라트를 할 때가 되면 신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절을 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중국 정부와의 마찰이 생겼다. 비록 정부는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허락한다고 발표했으나 신자들이 모여서 집단을 이루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보였는데 자칫하면 반정부 시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이로 인한 종교활동의 탄압이 실제 있었고 소수 민족은 자신들의 종교의 자유가 보장받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역사적 이유 역시 갈등을 야기했는데 위구르, 티베트 그리고 내몽골 지역은 과거에 여러 차례 왕조 혹은 민족국가를 구성하며 독립을 유지한 지역이다. 위구르는 과거 동돌궐을 멸망시키고 위구르 제국을 건설한 바 있으며 내몽골은 우리가 익히 들었던 칭기즈 칸이 세운 몽골 제국의 영토였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은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현재까지도 자신들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는 반정부 시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었다. 달라이 라마를 주축으로 전개되고 있는 티베트 독립운동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나날이 커지는 소수민족의 불만에 중국은 때로는 강력한 진압을 통해 제재했지만 우대정책을 통해 그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정부는 우선 그들의 언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유를 주었는데 현재 중국 소수민족이 사용하는 언어는 크게 5개의 어족으로 분류되고 세분화하면 총 72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즉, 모든 소수민족이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민족, 다언어의 국가에서 만약 어느 한 민족이 언어 사용에서 차별 혹은 탄압을 받는다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믿을 것이며 이는 사회적 갈등으로 심화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자 사용의 자유를 주었으며 각 민족 문자로 쓰인 교과서의 편찬을 장려하고 학교에서 소수민족 언어로 수업할 수 있게 허락하는 정책을 펼쳤다. 또한, 소수민족 언어 및 문자 연구를 위한 학과를 대학에 개설했으며 이 연구에 종사하는 인력에 대한 지원 역시 서슴지 않았다.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의 또 다른 우대는 산아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에 들어서부터 급속하게 증가한 인구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점이 제기되자 정부는 한 가정은 한 자녀만 가질 수 있고 이를 어길 시에는 원화로 천만 단위의 벌금을 내게 하는 강한 국책을 내놓았다. 인위적으로 인구수를 감소시키는 정책인데 소수민족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인구수가 십억을 넘는 한족에 비해 소수민족은 장족, 회족, 만족 그리고 위구르족을 제외하면 천만이 넘지 않는다. 정부는 만약 한 자녀 정책을 이들에게 적용하면 자신들을 점진적으로 말살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고, 또한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주로 농촌이라 많은 인력이 필요로 하다는 점을 고려해 결국 이들의 출산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두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교육에 있어서도 역시 우대정책을 펼쳤는데 가오카오(高考;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에서 소수민족 수험생들은 가산점이라는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는다. 중국에서 이 시험은 대입 전형의 100%를 차지하며 응시자는 1,000만 명에 육박하는데 여기서 소수민족 수험생들은 지역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5점에서 20점 사이의 가산점을 받는다. 응시인원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5점만 추가로 얻어도 등수를 많이 올릴 수 있으니 실로 대단한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제도로 인해 한족 학생들이 정작 시험 점수는 높게 받아도 가산점으로 인해 소수민족 학생에게 역전당하며 대학 입학 최우선권을 빼앗기는 광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은 건국 이래 소수민족을 융화시키려 수많은 노력을 했으나 문제점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종교적, 역사적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사회경제적 불평등 역시 더 큰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소수민족이 중국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8%지만 빈곤층을 차지하는 비율은 25%를 넘어선다. 또한, 소수민족 거주 지역의 발전과 성장의 공이 대부분 한족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자신들의 입지가 약화된다고 보고 있으며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불만은 무력충돌로 번질 우려가 있고 실제로 작년 3월에는 운남성 쿤밍역에서 위구르족 무장단체에 의한 테러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30여 명의 사상자와 100명이 넘는 부상자를 낸 이 사건은 중국 정부와 소수민족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는 중국이지만 정상국가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특히 소수민족 문제로 볼 때 중국 내부 공안은 여전히 허점이 보이는 추세다. 비록 전체 인구의 약 8%를 차지하고 있으나 약 90%가 중국 내륙 국경에 거주하는 만큼 이들이 반정부성향을 띄우면 중국 전체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다. 대외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도 단단한 기반을 다져야 하는 중국이기 때문에 소수민족과의 타협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