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jin Jung
Bachelor of International Relations(Honours),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21 November 2014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위의 가사가 부르기 적합할까?
70년이란 긴 세월 동안 남한과 북한, 두 개의 한국으로 나뉘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타이틀을 부득불 쥐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 민족의 현실이라 하겠다. 세월이 지나면서 ‘통일’이라는 민족적 사명은,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불편한 진실이며, 문화적 갈등을 야기할 불필요한 변화이고, 상호공존 할 수 없는 반국가단체와의 실현 불가능한 연합이라는 인식이 점점 늘고 있다. 분단현상은 냉전시대의 산물로, 뿌리깊은 이념갈등이 아직도 한국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2013년 서울대학교의 정은미 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간신히 절반을 넘기는 54%의 남한 주민이 ‘통일이 필요하다’ 라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정은미 연구원은 통일을 지지하는 기본적인 의식이 합리적 사고이기 보다는 정서적 당위에 있다고 정리하면서, 세대가 바뀌며 통일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남한 주민도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일이 가져다 줄 이익’에 대한 기대감 역시 98%에 미치는 북한 주민에 반해 남한 주민은 2013년 48.6%에 그쳤다. 작은 규모의 설문조사이고 이 조사의 결과로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현재 남한 주민의 인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통일 지지론자’이다. 통일에 대한 추상적이고 부정확한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를 통감하고 있고, 하루 빨리 정부와 시민간의 긴밀한 노력으로 통일대업을 이뤄내기를 원한다. 전 주중대사가 한 강연에서 역설한 통일의 필요성을 들은 것이 통일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었다. 필자의 경우에도, 정서적 당위에서 비롯된 통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통일의 결과가 단편적으로 이해해 왔던 것과는 다르게 사회적 혼란, 경제적 부담의 측면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가능성을 발견한 후, 통일방법과 통일정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었다. 통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어야 불필요한 남북간의, 남남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70년동안 이어져 온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무너뜨리고,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한 단계 ‘레벨 업’ 할 수 있을 것 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의 통일에 대한 바른 인식이다.
‘통일비용과 분단비용’
흔히 통일에 대한 담론이 있을 때 마다 불거지는 주제 중 하나는 ‘통일비용’이다. 대부분의 경우 통일반대론자가 우려하는 것이 통일비용의 경제적인 측면을 의미하는 듯 하다. 즉, 낙후된 북한지역의 개발을 위해 남한국민이 지불해야 할 경제적 비용을 ‘통일비용’이라고 인식하고, 이 통일비용의 예상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거부감이 들고, 굳이 통일에 힘을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다수의 통일에 관심이 있는 국민의 경우, 독일의 사례에 미루어, 그 당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에서 가장 잘 사는 서독과 동독의 통일과정 조차도 상당히 경제적으로는 부담스러웠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현재까지도 동독지방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하하여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서독의 사례는 이들에게는 경악할만한 일이다. 통일당사자가 서독과 동독이었기에 가능했지, 아시아에서도 중위권의 경제 규모인 남한과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북한의 통일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주장이다.
위 주장은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실로 통일비용은 우리가 듣고 이해하기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일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의 경우, 통일비용이라 함은 개발도상국 수준도 아닌 기본적인 실물자본조차도 형성되어있지 않은 북한에 실물자본을 조성해주는 비용을 의미한다. 여러 매체에서 통일비용의 추산치를 계산하여 보고하지만, 그 계산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 액수만 보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액수가 작게는 180조원에서 크게는 5800조까지 오르는 여러 가지 조사결과는 통일에 대한 공론화나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형성하는데 매우 거북한 자료이다. 그러나 위 주장은 통일비용에 대한 오해와 분단비용에 대한 간과가 불러온 견해이다.
‘통일은 대박이다’ 를 저술한 신창민 교수에 따르면, (신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보다도 먼저 통일대박론을 제시한 사람이다) 통일비용은 통일 이후의 ‘위기관리비용’, 남북간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제도를 단일화시키는데 소요되는 ‘제도단일화비용’, 그리고 남북 지역 간 소득조정을 위한 ‘투자자금’ 일체를 일컫는 말이다. 즉, 일을 하기 위해 투자해야 할 필요한 지불이라는 것인데, 신 교수는 통일 후 남북이 10년동안의 소득조정기를 거치고, 이 기간 동안 남한과 북한의 경제를 분리관리하며, 통일로 인해 없어질 ‘분단비용’을 고려한다면, 통일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필자는 이번 기회에는 통일비용보다는 분단비용의 개념을 확립하고 통일이 불러올 편익을 알아보고자 한다.
‘분단비용: What We Overlook’
필자는 통일이 가져다 줄 가장 큰 편익 중 하나로 분단비용의 소멸을 꼽는다.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통일비용은 너무 부각되는 경향이 있고, 분단비용의 감소는 그에 반해 조명을 많이 받지 못한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욱 몰입하는 인간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지금 우리가 지불하고 있는 분단비용의 소멸임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단비용이란 분단으로 인하여 치러야 하는 대가, 즉 하나의 한국이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진 현상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인 셈이다. 만약 현상이 바뀌어 분단현상이 통일현상으로 전환된다면, 두 한국이 겪고 있는 손실의 발생 원인이 소멸되어, 이 크기만큼의 ‘이득’이 돌아오게 된다. 분단비용은 국가가 분단된 상태로 유지됨에 따라 발생하는 일체의 기회비용을 일컫는데, 이것은 경제적인 분야와 비경제적인 분야 전체를 의미한다. 통일을 이룩하면, 경제적인 분야 내에서는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을 합산한 모든 기회비용을, 또한 비경제적 분야 내에서는 사회와 민족이 겪어야 했던 모든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경제적 분야에 있어서 나타나는 첫 번째 분단비용은 현재 남한과 북한의 과도한 국방비 지출이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의하면, 한국의 군사비는 2010년 기준으로 295억 달러로 세계 11위이다. 근래에 걸친 GDP 3%이상의 군비지출이 분단현상을 해소하는 것 만으로 즉결 해소될 수 있다. 이는 가장 두드러지는 통일편익의 유형 중 하나로,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안보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한반도는 더 이상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이 국방비를 급격히 감소한 후 그 잉여자본을 경제개발에 투입하여 효과를 본 것처럼, 우리나라도 북한지역의 실물자본 조성에 한 층 높은 투자를 감행할 수 있다.
둘째로, 분단현상은 필요이상의 상비군을 대기 시킴으로, 인적 자원을 산업인력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고 있다. 남북한 모두 남성의 군 복무를 의무화 하였는데, 입대 시기와 인원 수를 고려 할 때, 경제적 생산성이 낮은 활동을 강요 받고 있음으로 상당한 손실이라 볼 수 있다.
더불어, 분단현상은 단순한 이동의 영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역의 경우, 분단현상으로 인하여 대륙통로가 차단됨으로 말미암아 매번 추가적 운송비를 지불해야만 한다. 또한 민간의 경우 북한 지역 상공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을 우회하여 목적지에 도달하여야 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비용도 포함된다. 남북대결구도로 인해 한국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필요 이상의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다른 국가들보다 외국인 직접투자 시 어느 정도 손해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증시가 제대로 평가 받으려면, 환경적 조건을 필연적으로 개선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통일이다.
비경제적 분단비용도 주시해야 한다. 마이클 샌델이 주창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손실이 바로 그것이다. 모두 다 열거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평화의 부재이다.
평화협정이 아닌 정전협정으로 인해 항시 전쟁을 대비해야 하는 안보적 위기감이 가장 큰 부분이다. 잠재적 충돌의 가능성은 남북한 모두를 긴장시키고, 주변국 마저 위협하고, 이는 강대국 외교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 비운의 운명을 의미한다. 신창원 교수는 분단현상이 남북한의 정치, 군사적 대립을 불러왔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남북대치로 인한 남남갈등은 국민의 실생활뿐만 아니라 때로는 한국정치에 소소히 등장하는 색깔론의 본질적 원천이다.
이산가족의 고통과 고난 역시 비경제적 분단비용에 속할 수 있겠다.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의 선배들이 점점 통일의 그날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던 그들에게 분단현상의 지속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절망감이 다른 나라는 지불하지 않는 우리만의 분단 비용이다.
“No Pain, No Gain”
상술한 내용들은 모두가 통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이다. 이 환경 속에 묻혀 생활하다 보면 점점 이 사실에 대해 둔해지고, 때로는 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여러 방면에서 상당한 규모의 분단비용을 치르고 있음을 이내 깨달을 수 있다. 사실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은 분단비용의 소멸로 상당부분 완화될 수 있다. 통일비용에 대하여 깊이 다루지는 않았지만, 통일비용의 규모와 분단비용의 규모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더 상세히 다루겠다.) 중요한 것은 분단현상을 해소함으로 얻는 이득이, 장기적으로는 통일과정에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필자가 통일을 지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다.
분단비용의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통일시대에 대비하여 우리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부분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어떠한 일을 치르던 그에 상응하는 비용과 노력은 필수불가결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 일을 성취함으로써 얻게 되는 결과와 그 가치가 필요로 하는 비용과 노력보다 더 클 때, 그 일에 정당성이 부여되고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이미 수많은 학자들이 통일이 불러올 이익과 편익을 흥분된 마음으로 제시하고 열린 가능성에 투자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그들 가운데서만, 혹은 위정자들 사이에서만 맴돈다면 허공의 메아리가 될 뿐이다. 필요한 것은 범국민적 담론이고, 지역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이다. 세상의 어느 민족도 아닌 우리 민족이 해결해야 할 21세기 최대의 과제를 잘 준비하여 마무리 하기를, 또한 필자 스스로도 그 사업에 언젠가는 헌신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참고문헌:
신창민 『통일은 대박이다』 매경신문사, 2012.
정은미. “남북한 주민들의 통일 의식 변화: 2011~2013년 설문조사 분석을 중심으로” 『통일과평화』 제5집 2호(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