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on Voice] 일본 작품의 우익관을 대하는 시선

Chae Kyoun Ha
Bachelor of International Relations,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29 July 2014

「명탐정 코난」 「원피스」 「진격의 거인」

평소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큰 인기와 화제 몰이를 하는 작품들이다. ‘명탐정 코난’과 ‘원피스’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진격의 거인’ 역시 첫 애니메이션이 공개되었을 때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진격의 XXX”라는 유행어를 낳는 등 그 파급력이 엄청났다.

하지만 위의 세 작품은 큰 인기와 더불어 각종 논란에도 시달려야 했다. ‘원피스’는 최근,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시전이 취소되었다가 법원까지 거쳐서야 뒤늦게 개막되는 촌극을 낳았다. 그간 작품 속에서 가끔 등장하던 욱일형상을 모티브로 한 그림이 문제화된 것이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원피스’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작가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고, 친한파까지는 아닐지라도 소위 말하는 ‘우익’은 아닐 것이라는 잠정적인 결론이 도출된 상태였다. 이번 사건을 접수한 재판부 역시 작품의 세계관을 우익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리며 전시 개최를 명령했지만, 작가의 성향이 어찌 되었든 만화에서 묘사된 욱일형상과 그를 본뜬 각종 해적기는 몇몇에게 고깝게 보이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올해로 연재 20주년을 맞은 아오야마 고쇼의 인기작 ‘명탐정 코난’ 역시도 같은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명탐정 코난’은 발매 직후부터 그 인기에 힘입어 매년 새로운 극장판이 제작되어 상영되는데, 지난 2013년 일본에서 개봉한 극장판 17기 ‘절해의 탐정’에서 다름 아닌 일본의 해상자위대와 이지스함을 작품의 주제와 배경으로 삼은 것이다.

많은 한국인이 알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현재 일본의 자위대는 한국에서 소위 ‘전범기’라고 일컬어지는 욱일기를 군기(軍旗)로 사용하고 있고, 그중 해상자위대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로 알려진 16조기를 사용한다. 이는 과거 일본제국 시절의 일본 해군이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것으로, 전후 미국의 통치하에 한때 폐지된 바 있지만 자위대의 창설과 함께 다시 부활했다. 그런 해상자위대를 다룬 만큼 당연히 욱일기의 등장은 불가피한 것이었고, 작품의 주제와 배경이 한국인에게 무척이나 민감한 사안이었던 만큼, 결국 이 작품은 한국에서 개봉될 수 없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상영조차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문제는 기사로서 양산되는 등 각종 논란을 일으켰다.

‘진격의 거인’ 역시 애니메이션 공개 이후 국내에서 큰 호평을 받았으나 머지않아 작가의 정치적 성향이 논란에 휩싸이며 물의를 빚었다. 애초에 ‘진격의 거인’은 그 세계관에 대한 논쟁이 있었지만, 애니메이션 공개에 잇따른 인기와 각종 패러디가 양산됨에 따라 작품 자체에 대한 논쟁은 다소 사그라진 편이었다. 하지만 이후 작가의 비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우익적 사상을 나타내는 글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다수의 팬이 작가와 작품에 대한 반감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각종 논란을 빚는 일본 작품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선 한국인으로서는 작품이 지닌 이러한 우익적인 요소들 자체를 그 작품에 대한 마이너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작가 본인이 우익 논란의 중심에 선 ‘진격의 거인’이 가장 잘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원피스’의 경우는 문제의 그림들이 극히 부분적이었고, ‘명탐정 코난’은 물의를 빚은 것이 원작가의 연재작이 아니라 별도의 제작사를 통해 제작되는 극장판이었다는 구차한 면죄부라도 받을 수 있겠지만, 그와 다르게 작가 본인의 정치적 사상이 문제시된 ‘진격의 거인’의 경우 이는 곧 작품을 향한 비판과 질타로 이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의 이러한 격렬한 반응이 실제로 큰 변화를 불러오기 힘든 점은, 외국 작가의 창작활동에 대해 외국인으로서 요구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일본 작가의 시각에서 봤을 때 한국시장은 큰 세계시장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물론 큰 인기를 가지고 전세계의 많은 독자에게 호소하는 작품으로서 가지는 도의적인 책임이 요구될 수는 있겠지만, 한국 독자의 이런 격한 반응이 정작 작가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이유다.

그러므로 결국에는 이를 수입해서 즐기는 우리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문화컨텐츠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사안들을 가벼운 문제로 치부하거나, 아무런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건전하고 올바르게 일본의 문화를 즐기고자 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이해하고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역사의식이 바로 세워지지 않은 현재의 한일관계의 틀에서 보더라도 이는 무척이나 심각한 문제다. 또한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어린 연령대부터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컨텐츠인 만큼 조기부터 올바른 가치관 성립을 위한 교육 역시도 절실하다. 이렇게 기초적인 제도와 태도를 갖추는 것이 성숙한 문화사회를 만들고, 또 이를 가꿔나가는 것이 참된 문화시민으로서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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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ton Society

액튼국제사회연구회